[뉴스 따라잡기] 아내 살해 후 차량 방화…완전 범죄 꿈 꾼 남편

입력 2017.01.16 (08:33) 수정 2017.01.16 (09:0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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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앵커 멘트>

지난 4일, 군산의 한 시골길에서 멀쩡히 주행하던 차에서 불이 났습니다.

차가 화염에 완전히 휩싸이기까지 5분 남짓,

운전석에선 53살 여성 고 모 씨가 불에 탄 채 발견됐는데요.

처음에 경찰은 차량이 농수로에 빠지면서 충격으로 고 씨가 졸도하고 차량이 불이 나면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.

하지만, 시신을 부검하면서 사건의 수사 방향은 180도 달라졌습니다.

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고 씨가 사망해 있었던 겁니다.

사건의 범인은 암 환자였던 남편으로 밝혀졌는데요.

<리포트>

지난 4일, 아직 캄캄한 새벽.

군산의 한 시골 마을에 차량 한 대가 지나갑니다.

잠시 후, 이 차량은 농수로에 빠졌고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.

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했지만 5분 사이에 이미 차량은 불길에 완전히 휩싸였습니다.

<녹취> 최초 출동 경찰 : “요구조자가 근처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 차량 내에 요구조자 있는지 확인 바람.”

운전석에선 차주인 53살 여성 고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.

처음에 경찰은 콘크리트로 된 농수로에 차가 빠지면서 충격으로 불이 난 것으로 봤는데요.

<녹취> 경찰 관계자 (4일 당시/음성변조) : “차량 화재로 인해서 사망 사건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. 군산경찰서에서 일단 교통사고로 보고 조사하는 것 같은데요.”

단순한 교통사고로 보였던 사고, 그런데 이 사건에 숨겨진 반전이 있었습니다.

고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겁니다.

고 씨의 폐와 기도에서 그을음이나 연기를 들이마신 흔적이 없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“(부검 결과) 차량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해 있었을 것이라고…. ”

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.

차량의 충격 정도가 경미한데도 불구하고 화재가 발생한 건데요.

발화 원인과 지점을 찾기 위한 과학수사대의 차량 감식이 이뤄졌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차량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화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관계자의 진술 때문이었습니다.”

그 결과 차량 화재는 사고 충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.

경찰은 이 사건을 '사고사'가 아닌 '살인사건'으로 전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.

사건이 발생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.

경찰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고 씨의 남편 55살 최 모씨를 검거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확정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어제 18시 15분쯤 한 성인 PC방에서 검거하게 됐습니다. ”

최 씨는 대장암 투병 중으로 약 2년 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의 요양원에서 생활해왔습니다.

집이 있는 군산엔 한 달에 한두 번 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.

<녹취> 교회 지인 (음성변조) : “외지 생활을 했었어요. 그냥 가끔 한 번씩 집에 왔는데…. ”

그런데, 경찰은 왜 남편인 최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걸까?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동선을 따라 CCTV를 확인해 본 결과, 남편이 사건 현장 부근에다 본인의 차량을 미리 갖다 놓고 사건 발생 이후에 집으로 복귀하는 장면이 확보됐기 때문에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.”

고 씨의 차에서 불이 나기 4시간 전 사고 장소 근처의 정미소 폐쇄회로TV 화면입니다.

오가는 사람이 없는 농로를 한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데요.

최 씨의 차량이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차량을 사건 현장에다가 갖다 놓은 시간은요. 당일 새벽 2시 33분입니다. ”

최 씨는 사건 현장에서 600미터 떨어진 농로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놨습니다.

집으로 돌아온 최 씨는 새벽 4시 30분쯤 아내의 차를 타고 교회로 향했는데요.

그리고 5시 50분쯤. 함께 새벽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향하는 부부의 모습이 교회 폐쇄회로TV에 잡혔습니다.

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아내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

경찰은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, 근처에 주차해놨던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.

또한, 고 씨 앞으로 많은 보험이 들어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생명보험 3개를 포함해서 총 6개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총 2억4천여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.”

하지만 경찰에 검거된 후 최 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남편은 1차 진술에서 아내와 교회에서 나온 뒤 (아내가) 자신을 아파트에 내려다 주고 혼자 냉이를 캐러 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.”

그러나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 끝에, 검거 하루 만에 최 씨는 아내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현재는 아내를 살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합니다. 저희가 미리 수집해 놓은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‘아, 더 이상 이제 거짓말하면 안 되겠구나.’해서 자백을 하지 않았나…….”

최 씨는 평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.

여전히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방법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.

바로 어제,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최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.

법원은 최 씨에게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워 차량과 함께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.

그런데, 취재 도중 숨진 고 씨가 최 씨의 도박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.

<녹취> 교회 지인 (음성변조) : “도박, 그 얘기를 아내가 했었어요. 그런 도박으로 인한 (문제가) 조금 있었던 거 같아요. 신앙 생활하니까 아내가 기도 좀 해 달라고…….“

고 씨가 최 씨의 도박을 끊게 해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다는 겁니다.

최 씨는 검거 당시에도 성인 PC방에서 컴퓨터 도박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

경찰은 구속된 최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수법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.

아내를 살해한 뒤 완전범죄를 꿈꿨던 남편의 헛된 꿈은 결국 파국을 불러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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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[뉴스 따라잡기] 아내 살해 후 차량 방화…완전 범죄 꿈 꾼 남편
    • 입력 2017-01-16 08:35:11
    • 수정2017-01-16 09:02:4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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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앵커 멘트>

지난 4일, 군산의 한 시골길에서 멀쩡히 주행하던 차에서 불이 났습니다.

차가 화염에 완전히 휩싸이기까지 5분 남짓,

운전석에선 53살 여성 고 모 씨가 불에 탄 채 발견됐는데요.

처음에 경찰은 차량이 농수로에 빠지면서 충격으로 고 씨가 졸도하고 차량이 불이 나면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.

하지만, 시신을 부검하면서 사건의 수사 방향은 180도 달라졌습니다.

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고 씨가 사망해 있었던 겁니다.

사건의 범인은 암 환자였던 남편으로 밝혀졌는데요.

<리포트>

지난 4일, 아직 캄캄한 새벽.

군산의 한 시골 마을에 차량 한 대가 지나갑니다.

잠시 후, 이 차량은 농수로에 빠졌고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.

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했지만 5분 사이에 이미 차량은 불길에 완전히 휩싸였습니다.

<녹취> 최초 출동 경찰 : “요구조자가 근처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 차량 내에 요구조자 있는지 확인 바람.”

운전석에선 차주인 53살 여성 고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.

처음에 경찰은 콘크리트로 된 농수로에 차가 빠지면서 충격으로 불이 난 것으로 봤는데요.

<녹취> 경찰 관계자 (4일 당시/음성변조) : “차량 화재로 인해서 사망 사건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. 군산경찰서에서 일단 교통사고로 보고 조사하는 것 같은데요.”

단순한 교통사고로 보였던 사고, 그런데 이 사건에 숨겨진 반전이 있었습니다.

고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겁니다.

고 씨의 폐와 기도에서 그을음이나 연기를 들이마신 흔적이 없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“(부검 결과) 차량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해 있었을 것이라고…. ”

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.

차량의 충격 정도가 경미한데도 불구하고 화재가 발생한 건데요.

발화 원인과 지점을 찾기 위한 과학수사대의 차량 감식이 이뤄졌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차량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화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관계자의 진술 때문이었습니다.”

그 결과 차량 화재는 사고 충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.

경찰은 이 사건을 '사고사'가 아닌 '살인사건'으로 전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.

사건이 발생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.

경찰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고 씨의 남편 55살 최 모씨를 검거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확정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어제 18시 15분쯤 한 성인 PC방에서 검거하게 됐습니다. ”

최 씨는 대장암 투병 중으로 약 2년 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의 요양원에서 생활해왔습니다.

집이 있는 군산엔 한 달에 한두 번 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.

<녹취> 교회 지인 (음성변조) : “외지 생활을 했었어요. 그냥 가끔 한 번씩 집에 왔는데…. ”

그런데, 경찰은 왜 남편인 최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걸까?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동선을 따라 CCTV를 확인해 본 결과, 남편이 사건 현장 부근에다 본인의 차량을 미리 갖다 놓고 사건 발생 이후에 집으로 복귀하는 장면이 확보됐기 때문에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.”

고 씨의 차에서 불이 나기 4시간 전 사고 장소 근처의 정미소 폐쇄회로TV 화면입니다.

오가는 사람이 없는 농로를 한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데요.

최 씨의 차량이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차량을 사건 현장에다가 갖다 놓은 시간은요. 당일 새벽 2시 33분입니다. ”

최 씨는 사건 현장에서 600미터 떨어진 농로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놨습니다.

집으로 돌아온 최 씨는 새벽 4시 30분쯤 아내의 차를 타고 교회로 향했는데요.

그리고 5시 50분쯤. 함께 새벽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향하는 부부의 모습이 교회 폐쇄회로TV에 잡혔습니다.

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아내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

경찰은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, 근처에 주차해놨던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.

또한, 고 씨 앞으로 많은 보험이 들어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생명보험 3개를 포함해서 총 6개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총 2억4천여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.”

하지만 경찰에 검거된 후 최 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남편은 1차 진술에서 아내와 교회에서 나온 뒤 (아내가) 자신을 아파트에 내려다 주고 혼자 냉이를 캐러 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.”

그러나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 끝에, 검거 하루 만에 최 씨는 아내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습니다.

<녹취> 여상봉 (과장 / 군산경찰서 수사1팀) : “현재는 아내를 살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합니다. 저희가 미리 수집해 놓은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‘아, 더 이상 이제 거짓말하면 안 되겠구나.’해서 자백을 하지 않았나…….”

최 씨는 평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.

여전히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방법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.

바로 어제,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최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.

법원은 최 씨에게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워 차량과 함께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.

그런데, 취재 도중 숨진 고 씨가 최 씨의 도박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.

<녹취> 교회 지인 (음성변조) : “도박, 그 얘기를 아내가 했었어요. 그런 도박으로 인한 (문제가) 조금 있었던 거 같아요. 신앙 생활하니까 아내가 기도 좀 해 달라고…….“

고 씨가 최 씨의 도박을 끊게 해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다는 겁니다.

최 씨는 검거 당시에도 성인 PC방에서 컴퓨터 도박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

경찰은 구속된 최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수법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.

아내를 살해한 뒤 완전범죄를 꿈꿨던 남편의 헛된 꿈은 결국 파국을 불러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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